1. 피타고라스 학파의 세계관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에는 피타고라스(Pythagoras)라는 철학자이자 수학자가 이끄는 학파가 존재하였습니다. 이들은 “만물은 수로 이루어져 있다”는 원리를 신념처럼 믿었으며, 모든 수는 정수 또는 정수의 비율(유리수)로 표현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수학을 단순한 계산이 아닌 우주의 질서와 조화의 언어로 여겼으며, 수학적 진리는 곧 신성한 진리로 간주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수학은 철학과 종교적 신념이 결합된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지요.
2. 히파수스의 문제 제기: 정사각형의 대각선
피타고라스 학파의 일원이었던 히파수스(Hippasus) 님께서는 어느 날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되셨습니다.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 길이는 과연 유리수로 표현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따르면, 대각선의 길이는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대각선 길이
=12+12=2그러나 이 수는 정수의 비율로 표현할 수 없는 수, 즉 무리수(irrational number)였습니다. 히파수스 님께서는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하시고, 피타고라스 학파의 교리에 근본적인 도전을 가하신 것입니다.
3. 무리수의 발견: 수학적 금기의 파괴
히파수스 님께서 발견하신 √2는 끝없이 이어지는 소수이며, 순환하지 않는 수입니다. 이는 당시 학파가 믿던 “모든 수는 유리수로 표현된다”는 신념을 뿌리부터 흔드는 발견이었습니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이 수를 알로곤(alogon), 즉 “말할 수 없는 수”라고 부르며 금기시하였습니다. 무리수의 존재는 우주의 조화가 깨진다는 철학적 공포를 불러일으켰고, 히파수스 님의 발견은 학파 내부에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되었습니다.
4. 비극의 전개: 침묵을 강요받은 진리
히파수스 님께서는 자신의 발견을 학파 내부에 알리셨고, 일부 기록에 따르면 외부에도 이를 전파하려 하셨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피타고라스 학파는 이를 배신 행위로 간주하였고, 결국 히파수스 님께서는 지중해 바다에 수장되셨다는 전설이 남아 있습니다2.
이 사건은 단순한 학문적 갈등이 아니라, 진리를 향한 탐구가 체제에 의해 억압당한 비극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히파수스 님의 죽음은 수학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희생으로 남아 있으며, 그분의 용기는 오늘날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5.
5. 철학적 의미: 무한과 질서의 충돌
히파수스 님의 무리수 발견은 단순한 수학적 성과를 넘어, 철학적 전환점을 의미합니다. 유리수의 세계는 유한하고 질서 있는 세계였지만, 무리수는 무한하고 예측 불가능한 세계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발견은 이후 수학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하였습니다:
진리는 절대적인가, 상대적인가?
수학은 인간의 직관을 넘어서 존재하는가?
무한은 수학적으로 다룰 수 있는 대상인가?
히파수스 님의 발견은 이러한 철학적 사유를 촉진하였으며, 수학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6. 후대의 재조명과 무리수의 발전
히파수스 님의 무리수 개념은 오랜 시간 동안 금기시되거나 무시되었지만, 이후 인도와 아랍 수학자들에 의해 점차 인정받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17세기 이후 해석학과 실수 체계가 정립되면서, 무리수는 수학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지요.
오늘날 무리수는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기하학: 원의 넓이(π), 대각선 길이(√2)
해석학: 실수 집합의 구성
물리학: 파동, 진동, 양자역학 등
공학 및 디자인: 황금비, 금강비 등
히파수스 님의 발견은 결국 수학의 지평을 넓히는 초석이 되었으며, 그분의 용기는 지적 탐구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7. 결론: 침묵의 수를 말한 자
히파수스 님께서는 말할 수 없는 수(alogon)를 말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분의 용기는 체제의 억압을 넘어서 진리를 향한 순수한 열정을 보여주었으며, 수학은 그분의 희생을 통해 더욱 깊고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진리는 때로 위험하다.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지적 탐구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수학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진리를 향한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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