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의 여지는 충분하지만 강제 상장은 단지 “정책”이 아니라, 한국 자본주의가 가족기업에서 공공시장으로 몸을 옮겨 타던 순간의 떨림이었다. 누군가는 자유를 빼앗겼다고 느꼈고, 다른 누군가는 처음으로 기업의 ‘주인’이 되어봤다. 그 장중함은 오늘의 재벌 지배구조와 투자문화에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운다. 과연 역사가 보여주는 정책은 성공적인 것이거나 또는 불합리한 정책의 반영일 수 있다. 서론1970년대 초 한국 경제는 역설의 시기였다. 고도성장을 향해 질주하면서도 금융구조의 취약성에 허덕였다. 고리의 사채, 단기성 외자, 과속하는 중화학공업—모두가 긴 돈을 원했지만 은행은 짧은 숨만 내뱉을 수 있었다. 1972년 8·3 조치는 사채를 동결해 시간을 벌어줬지만, 시간은 자금조달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 정부가 ..